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한강>

jasmine,moon 2023. 5. 18. 18:41

출처: yes24

 

「작별하지 않는다」 에 대한 사전 지식 없이 소설을 읽었다.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제주 4.3 사건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 책이었다. 한강 소설을 많이 읽어보진 못했지만 특유의 몽환적인 느낌과 은유적 표현들이 이 책에도 많이 나타난다. 나는 《소년이 온다》, 《흰》 등의 소설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줄거리***

경하는 눈이 내려앉은 수천 그루의 검은 통나무가 나오는 꿈을 꾸었다. 이는 그녀가 지난 책에서 다룬 학살에 대한 꿈이라고 생각하고 친구인 인선과 함께 다큐멘터리 영상으로 남기자고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경하가 몇년간 힘든 시기를 지나서 이 계획을 잊고 자살을 결심할 때쯤 제주도에서 목공일을 하던 인선에게 전화가 온다. 인선이 혼자 통나무 작업을 하다가 사고로 손가락을 다쳐 봉합 수술을 했다며 자신의 집에 홀로 남겨진 새를 보살펴 달라는 것이었다. 그녀는 제주도 인선의 집을 가면서 기이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인선의 엄마를 그 곳에서 만나게 된 것이다. 그녀를 통해 인선과 경하는 하나로 연결된 느낌을 받고 과거 제주도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서 생생한 경험을 하게 된다.

*** 

내가, 눈만 오민 내가, 그 생각이 남져. 생각을 안 하젠 해도 자꾸만 생각이 남서.
헌디 너가 그날 밤 꿈에, 그추룩 얼굴에 눈이 히영하게 묻엉으네....
내가 새벽에 눈을 뜨자마자 이 애기가 죽었구나, 생각을 했주.
허이고, 나는 너가 죽은 줄만 알아그네.

하얀 눈. 깃털처럼 가벼운 눈. 

이 아름다운 눈이 제주 4.3 사건의 잔혹함을 생생하게 표현해 주는 매개체가 되어 내 마음을 흔든다. 

죽은 사람 얼굴에는 아무리 많은 눈송이가 떨어져도 녹지 않는다. 계속해서 하얀 눈이 뽀얗게 쌓일 뿐이다. 

그 장면이 얼마나 무서운지, 뇌리에 박혀 읽는 내내 사라지지 않았다. 

***

 눈처럼 가볍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러나 눈에도 무게가 있다. 이 물방울만큼. 

 

제주 4.3 사건으로 사망한 민간인 희생자가 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이념과 전쟁의 희생양된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 

저 글귀를 보며 그들의 생명이 눈처럼 가볍다고 말하는 것 같다. 물방울만큼 무게가 있는데 없는 것처럼 치부하지 말라고 이야기 하는 것 같다. 

***

한강 작가는 거기 있는 모든 생명체들과 작별했지만 작별하지 말자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인선이 키우던 새 '아미'와도. 환상일지 모르는 인선의 어머니와도. 그리고 경하 스스로도. 

그래서 이 이야기가 무탈히 우리에게 전달되어 이렇게 마음을 두드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