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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호밀밭의 파수꾼 <J.D. 샐린저>

출처 : yes24

**저자 소개**

J.D 샐린저 (1919- )

그는 뉴욕에서 유태계 아버지와 스코틀랜드계 아일랜드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미국 작가이다. 그의 나이 32세 때(1951)자전적 장편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은 미국 문학의 걸작으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의 또 다른 저서로는 「9개의 단편」, 「프래니」, 「프래니와 주이」, 「목공이여 대들보를 높여라!」 등이 있다.

 

** 줄거리 및 감상**

 

** 이 작품은 1950년대 미국 사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당시 청년들의 고뇌와 방황을 다루고 있다. 이 소설은 시대를 넘어서 현대 청소년들의 마음에 공감과 울림을 만들며 미국 문학에 빠져서는 안 되는 소설로 자리매김했다.

 

 주인공인 홀든 코울필드는 학교에서 딱히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았으나 여러 과목에서 낙제 점수를 받아 퇴학을 당한다. 그는 부모님이 이 사실을 알아채기 전에 가출하기로 마음먹는다. 그가 부모님께 혼날까 봐 두려워한 것은 아니다. 그는 이미 학교 생활에 염증을 느꼈고 주위 사람들(교우들, 선생님)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다. 방아쇠를 당긴 건 그의 첫사랑인 제인과 룸메이트인 스트라더레이트가 데이트를 했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분명히 제인을 사랑하고 있었지만 그녀와 사귀거나 특별한 관계로 발전하지 못했다. 그때 스트라더레이트가 그녀를 가로챘다고 생각을 하니 속이 뒤틀렸던 것이다. 청소년 때는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알아채기 어렵다. 그리고 그 감정의 이름을 정의하는 데에 서툴다. 따라서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방황이나 갈등을 겪에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소설을 통해 나는 가족 혹은 사회 안에서 어른과 아이의 관계, 이성과의 관계, 스승과 제자 관계 등에 대해 홀든과 함께 고민해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인생에서 지켜야 할 신념과 순수한 사랑의 중요성을 배우게 되었다.

 

"그럼, 인생은 경기야. 누구든지 규칙에 따르지 않으면 안되는 경기야."
"그렇습니다.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경기 좋아하네. 굉장한 경기로군! 만약 우수한 놈들이 모두 끼어 있는 편에 들었다면 인생은 경기일 것이다. 나도 그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우수한 놈이라곤 하나도 없는 편에 속한다면 그게 어찌 경기가 되겠는가? 천만의 말씀이다. 무슨 경기란 말이냐. p24 

 

 우리가 사는 세상은 불평등하다. 누구나 경기 규칙을 따르고 열심히 하면 승리의 기쁨을 맛볼 수 있다고 하지만 애초에 경기장에 출발점이 다른 경우가 많다. 홀든 역시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 내 편중에 우수한 놈이 없다면 규칙을 잘 따르더라도 결과는 뻔하다. 처음부터 결과를 알 수 있는 경기에서 그에게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경기 규칙을 잘 지키라고 다그칠 수 있을까?

 

동생이 죽던 날 밤 나는 차고 안에서 잤는데 주먹으로 창문을 모조리 때려 부쉈던 것이다. 뭐 별다른 이유가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그저 그러고 싶었을 뿐이다. p90

떠날 준비를 모두 갖추고는 가방 따위를 모조리 손에 들고 다시 계단 옆에 서서 마지막으로 복도의 저쪽 끝까지 바라보았다. 울고 싶었다. 왜 울고 싶었는지는 지금도 알 수 없다. 나는 그 빨간 사냥 모자를 내가 좋아하는 식으로 모자챙을 뒤로 돌려 쓴 다음 있는 목청을 다하여 큰소리로 외쳤다.
" 이 바보들아, 잘들 자거라!" p120

 

 홀든은 주먹으로 창문을 때려부수고, 학우들이 잠든 기숙사를 향해 욕을 하며 고함을 치는 행동을 한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왜 그러는지 알지 못한다. 이유는 특별히 없고 그저 그러고 싶었다고 이야기한다. 아직 자신의 마음을 파악하지 못한 소년. 마음속에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이 남아있지만 점점 어른이 되어가는 현실 속에서 그가 몸부림친다. 우리는 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나 역시 학창 시절에 별 거 아닌 일에 화를 내고 열을 올리지 않았던가. 안타까운 점은 그에게 진정한 친구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의 마음을 어루만져 줄 친구가 있었다면 학교를 떠나지 않았을지도 모를 것이다.

 

그러나 제인은 달랐다. 영화관 같은 곳에 들어가면 우리는 즉시 손을 잡는다. 그리고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놓지 않는다. 젼혀 손의 위치를 바꾼다던가 움직이지 않는다. 제인과 손을 잡고 있을 때는 우리 손에 땀이 나든 안 나든 걱정할 필요가 없다. 다만 우리가 서로를 느끼고 행복하다는 것뿐이다. 정말 행복할 뿐이다. p177

 

 우리는 그가 제인과  손잡는 것이 여느 여자친구들과 다르다는 점에서 특별하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다. 손 잡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행운이다. 그 시기에 할 수 있는 순수한 사랑임이 틀림없다.

 

아무튼 나는 넓은 호밀밭 같은 데서 조그만 어린애들이 재미있게 놀고 있는 것을 항상 눈에 그려본단 말이야. 몇 천 명의 어린애들만이 있을 뿐 주위에는 어른이라곤 나밖엔 아무도 없어. 나는 까마득한 낭떠러지에 서 있는 거야. 내가 하는 일은 누구든지 낭떠러지에서 떨어질 것 같으면 얼른 가서 붙잡아 주는 거지. 하루 종일 그 일만 하면 돼. 이를테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는 거지. p369

 

 나는 책 제목만 보고 이 소설의 내용이 목가적이고 전원적일 것이고 예상했는데 웬 우울한 소년이 나와서 당황했었다.  그런데 이 대목을 읽고 왜 제목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었는지 알게 되었다. 홀든은 자신의 여동생인 피비를 굉장히 아꼈다. 그래서 그가 가출을 결심했을 때 여동생에게는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 집을 몰래 방문한다. 그리고 피비를 찾아갔을 때 진정한 대화를 나누면서 자신이 앞으로 해야 할 일(미래)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도덕성이나 순수성을 잃은 아이들을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는 어린애에 비유하며 본인이 그들을 지키는 파수꾼이 되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그에게 아직 희망이 남아있고 사람들에 대한 애정 역시 남아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장면이다.

  

피비가 목마를 탄 채 돌아가고 있는 것을 보자 나는 갑자기 행복감을 느꼈다. 너무나 기분이 좋아서 큰소리로 마구 소리 지르고 싶었다. 왜 느꼈는지 모른다. 여하튼 피비가 파란 외투를 입고 빙빙 돌고 있는 모습-이건 너무나 멋있었다. 정말이다. 이건 정말 보여 주고 싶다. p445

내가 느끼고 있는 것은 내가 여기서 언급했던 사람들이 지금은 내 곁에 한 명도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보고 싶다는 것뿐이다. 예컨대 스트라드레이터와 애클리마저 그립다. 웃기는 이야기다. 누구에게든 아무 말하지 않는 것이 좋다. 말을 하면 모든 인간이 그리워지기 시작하니까. p447

 

 목마를 타는 피비를 보며 홀든은 가출할 마음을 접고 집으로 돌아간다. 그의 우울했던 3일간의 가출 생활은 피비가 웃으며 목마를 타는 장면에서 모두 잊힌다. 그는 그를 괴롭히던 학우들, 선생님마저 그리워진다. 그리고 다시 사회로 돌아갈 채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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