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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위대한 개츠비 <F. 스콧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 출처:yes24

::작가 소개::

 

F.스콧 피츠제럴드는 프린스턴 대학교 재학 시절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입대하여 육군 소위로 임관되었다. 제대 후 광고 회사에 취직하지만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파혼당했다. 이후 직장을 그만두고 자전적 소설 「낙원의 이쪽」(1920)을 발표한다. 이 작품의 성공으로 경제적 자유와 인기를 얻은 페츠 제럴드는 약혼을 취소했던 젤더와 결혼한 뒤 호화로운 생활을 한다. 1925년에 발표한 「위대한 개츠비」는 그를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하게 한 작품이자 20세기 미국 소설을 대표하는 걸작이 된다. 

 

::감상::

"남을 비판하고 싶을 때면 언제나 이 점을 명심하여라." 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 세상 사람이 다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놓여 있지 않다는 걸 말이다."
그래서 나는 모든 일에 판단을 유보하는 버릇이 생겼는데, 그 때문에 이상한 성격의 소유자들이 자주 나에게 접근하는 바람에 그야말로 지긋지긋한 사람들에게 적잖이 시달려야만 했다. p9 민음사
 판단을 보류한다는건 사람에 대한 희망을 저버리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소설은 개츠비가 주인공이지만 제삼자인 닉의 관점에서 주인공과 그 주변 인물에 대해 묘사하고 있다. 닉은 아버지의 조언에 따라 타인을 자신의 입장에서 판단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의 주변에는 자신을 공감해주길 바라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닉은 자기에게 속마음을 털어놓는 사람들에게 서서히 지쳐갔다. 닉이 새로운 미래를 위해 미국의 서부에서 동부로 이사를 오면서 개츠비를 만나게 된다. 그는 닉이 경멸하는 모든 것을 대변하는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주변에 있는 식상한 사람들과 달랐다. 개츠비는 지진을 감지하는 지진계처럼 예민한 감수성을 가졌고 순수한 욕망과 꿈이 있었다. 닉은 개츠비를 둘러싼 수많은 소문들 때문에 그가 더욱 궁금해졌고 그에 대해 알고 싶었다. 

 

나는 이제 서른이 되었다. 앞으로 새로운 십 년이 펼쳐진다는 게 불안하고 두려웠다.

인간의 공감에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나 역시 올려다보고 그 비밀을 궁금해하는 사람 중 하나였다. 나는 안에 있으면서 동시에 밖에도 존재했다. 놀랍도록 다양한 인간사에 매력과 혐오를 동시에 느끼면서 말이다.

 

 서른이 된 닉은 고향을 떠나 뉴욕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서 웨스턴 에그의 커다란 저택들 사이에 자리 잡게 된다. 그곳은 쌍둥이처럼 웨스턴 에그와 이스턴 에그가 바다를 사이에 두고 있는데 이스턴 에그(본래 상류층이 살던 동네)에는 그의 칠촌쯤 되는 데이지 뷰캐넌이 살고 있었다. 그리고 닉의 집 옆에는 매일 밤 화려한 파티가 열리는 개츠비의 저택이 있었다. 그는 본인이 이스턴 에그(본래 상류층이 살던 동네)나 웨스턴 에그(신흥 부자들) 둘 중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다고 느꼈다. 그래서 닉은 한 발짝 물러나 객관적인 시선을 통해 마을 사람들을 파악하려고 노력했다.

 새로운 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에 대한 호기심과 어느 계층에 속해서 지내야 할지 걱정하는 그의 마음은 불안하고 두려웠다. 그리고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면서 그동안 본인이 경험해 보지 못한 불륜이나 사람 사이의 가벼운 관계 등에 흥미를 느낌과 동시에 혐오감을 느꼈다.

 개츠비는 닉이 만나본 사람들과 달리 어딘가 서투르고 부족해보이면서도 세상에서 제일 믿음직스러운 미소를 짓는 남자였다. 그래서 그는 개츠비가 가진 데이지를 향한 순수한 사랑을 응원하게 되고 돕게 되었다. 서로를 속이는 사이(톰과 데이지), 가벼운 연애감정에 지친 닉은 5년이 지나도 데이지를 잊지 못하고 그 주변을 맴도는 개츠비를 애처로우면서도 위대하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나 같으면 데이지에게 많은 걸 기대하지 않을 거예요."
내가 과감하게 말했다.
"과거는 돌이킬 수 없습니다."
"돌아갈 수 없다고요? 아니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돌이킬 수 있어요."
개츠비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소리쳤다. 그는 자기 집 어딘가에 과거가 숨어 있고, 단지 손에 닿지 않는 곳에 있기라도 한 것처럼 애절한 눈빛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독자의 마음을 대변하듯이 닉이 개츠비에게 데이지의 사랑에 속지 말라고 조언하는 장면이다. 많은 독자들이 개츠비가 사회적으로 성공을 한 후에도 왜 그토록 데이지에게 집착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우리는 이 장면에서 과거 개츠비가 사회적으로 낮은 신분 때문에 데이지를 놓칠 수밖에 없었던 슬픔과 분노를 느낄 수 있다. 나는 애절한 눈빛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개츠비에게 연민을 느꼈다. 

 

바로 그것이었다. 전에는 미처 깨닫지 못했는데 데이지의 목소리는 돈으로 충만했다. 데이지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낮아졌다 하는 높낮이의 매력은 바로 돈이었다. 찰랑거리기도 하고 때로는 심벌즈 소리처럼 요란하기도 했다.

 

 돈의 목소리로 충만한 데이지! 데이지가 가진 매력이 바로 돈이라니! 개츠비가 집착했던 데이지를 간단명료하게 표현하고 있는 대목이다. 그가 도달하고 싶었던 목표였던 데이지는 상류층 그 자체였다. 속물근성과 함께 타고난 부와 권력을 가진 그녀는 개츠비에게 너무 매력적이었다. 게다가 그녀는 아무것도 없는 개츠비를 사랑해주었다. 그는 1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에서 편법을 이용해 많은 부를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에게 없는 상류층의 권력과 지위를 그녀를 통해 얻고자 했을 것이다.  

 

데이지는 화려한 집과 부유하고 풍족한 생활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결국 개츠비에게는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었다. 그저 데이지와의 결혼을 꿈꾼 것, 오직 그것이 전부였다.

 

 누가 개츠비를 미련하다고 손가락질할 수 있을까? 우리 모두 사랑 앞에서 바보 같은 짓을 저지른다. 그가 비록 데이지를 통해 상류사회에 입성하고 싶었을지 모르겠지만 사랑 또한 진심이었다. 그녀에게 걸려올 전화를 기다리면서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한 개츠비는 정말 아무것도 남은 게 없었다. 장례식에 찾아온 이도 닉을 포함하여 2명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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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소설은 1920년대에 전쟁이 끝난 뒤 이제 막 계층 간 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미국이 배경 무대이다. 개츠비는 신흥 부자를 대표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하지만 마지막에 데이지에게 배신을 당하면서 끝내 타고난 부와 권력 앞에 스러지게된다. 왠지 나는 아무리 노력해도 부의 대물림, 계층간 간격이 사라지지 않는 모습을 그를 통해 보는 것 같아 씁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