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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앵무새 죽이기 < 하퍼 리>

출처: 교보문고

::작가 소개::

하퍼 리는 1926년 4월 앨라배마 주 먼로빌에서 변호사이자 주 의회 의원인 아버지 밑에 4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그녀는 「파수꾼」 원고를 출판사에 보냈고, 출판사에서 그 작품을 「앵무새 죽이기」로 출간할 것을 제안했다. 1960년 출간된 「앵무새 죽이기」는 미국 전역에서 호평을 받았고 그녀는 퓰리처상을 받는다. 

::감상::

이 소설은 젬과 스카웃이라는 남매의 시선으로 1930년대 인종 차별과 계층간 대립이 첨예한 미국 사회를 바라본다. 그들의 아버지는 정의로운 백인 변호사이다. 그는 백인 여자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던 흑인을 변론하면서 당시 사회의 문제들을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한다. 마을 사람들은 흑인에게 잘못이 없다는 것을 깨달으면서도 어쩔 수 없는 사회 통념에 굴복하고 만다. 편견이 없는 어린 젬과 스카웃은 이 재판을 통해 사람은 누구나 평등하지 않느냐는 근본적인 개념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된다. 

 

"아빠는 마당에서 오빠랑 저한테 하지 않으실 일은 집 안에서도 절대로 하지 않으세요." p106
"사람들이 그 사람을 변호해선 안 된다고 하는데 왜 하시는 거예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 가장 중요한 이유는, 내가 그 일을 하지 않는다면 읍내에서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없고, 이 군을 대표해서 주 의회에 나갈 수 없고, 너랑 네 오빠에게 어떤 일을 하지 말라고 다시는 말할 수 조차 없기 때문이야." p157

 

이 소설 속 주인공인 스카웃의 아버지인 애티커스의 평소 모습과 신념이 어떠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겉과 속이 다르지 않고 남들 앞에서 신중하게 행동하며 아이들에게도 본보기가 되는 아빠. 나도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 자신의 아이 앞에서 떳떳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의 됨됨이가 제대로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당시 사람들은 입으로는 평등한 민주주의를 외쳤지만 실상은 사람을 계층이나 인종에 따라 나누고 차별했다. 하지만 애티커스는 당시 차별받았던 흑인을 사랑했으며 모든 사람은 법 앞에서 평등해야 한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었다. 

 

"아빠, 우리가 이길까요?"
"아니"
"그렇다면 왜-"
"수백 년 동안 졌다고 해서 시작하기도 전에 이기려는 노력도 하지 말아야 할 까닭은 없으니까." p158

"음, 모든 사람들은 자기가 옳고 아빠가 틀렸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서요..."
"그들에겐 분명히 그렇게 생각할 권리가 있고, 따라서 그들의 의견을 충분히 존중해 줘야 해."
"하지만 난 다른 사람들과 같이 살아가기 전에 나 자신과 같이 살아야만 해. 다수결에 따르지 않는 것이 한 가지 있다면 그건 바로 한 인간의 양심이다." p205

"네가 할머니에 대해 뭔가 배우기를 원했거든. 손에 총을 쥐고 있는 사람이 용기 있다는 생각 말고 진정한 용기가 무엇인지 말이다. 시작도 하기 전에 패배한 것을 깨닫고 있으면서도 어쨌든 시작하고, 그것이 무엇이든 끝까지 해내는 것이 바로 용기 있는 모습이란다. 승리하기란 아주 힘든 일이지만 때론 승리할 때도 있는 법이거든." p216

 

우리 사회에서 통상적으로 받아들여지는 평등과 자유는 하루 아침에 얻어진 결과물이 아니다. 수백 년 동안 지면서도 굴하지 않고 맞서 싸운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지금의 우리 사회가 존재할 수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나는 마음이 경건해졌다. 그리고 평소 따를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했던 할머니를 통해서도 진정한 용기가 무엇인지 배우는 젬과 스카웃을 통해 우리는 항상 겸손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지. 그러니까 중요한 건 그 애가 노력한다는 걸 내가 알고 있다는 거야. 내가 걱정하는 건, 얼마 안 있어 곧 아이들이 몇몇 추악한 것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거지. 젬이 분별력을 잃으리라 걱정하진 않지만, 스카웃은 자존심이 걸려 있으면 물불을 가리지 덤벼들거든..." p176

 

나는 우리 아이에게 이렇게 말해줄 수 있을까?

아이가 노력하는 것을 알아주고 그것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하더라도 끝까지 믿어주고 화내지 않을 자신이 있을까? 

내 입장만 내세우지 않고 끈기있게 기다려줄 수 있는 엄마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알고 있는 걸 모두 말할 필요는 없지. 그건 숙녀답지 못한 거고.. 둘째로, 사람들은 자기보다 똑똑한 사람이 옆에 있는 걸 좋아하지 않아. 화가 나는 거지. 올바른 말을 한다고 해도 그들 중 어느 누구도 바꿔 놓을 수 없어. 그들 스스로 배워야 하거든. 그들이 배우고 싶지 않다면 입을 꼭 다물고 있거나, 아니면 그들처럼 말하는 수밖에." p238

 

위의 인용글은 흑인 아줌마이자 스카웃의 유모 캘퍼디아가 한 이야기이다. 나랑 의견이 다른 사람을 한 번에 설득하기는 힘들 것이다. 때론 참을성 있게 기회를 기다릴 줄 아는 것도 필요하다.

 캘퍼디아나 애티커스의 경우처럼 소수의 올바른 양심과 견해는 다수의 군중들에 의해 묵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소수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현재 사회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갖게 되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지금 당장 겉으로 티가 나지 않을지라도 이런 사람들로 인해 사회는 서서히 올바른 방향으로 향하게 된다. 

 

"아무리 애써도 항상 공정할 수만은 없는 거야. 우리 법정에서 백인의 말과 흑인의 말이 서로 엇갈리면 이기는 쪽은 언제나 백인이지. 비열하지만 그게 현실인 걸 어쩌니." p399
"월터는 자기 이름도 제대로 쓸 줄 몰라. 내가 봤거든. 그들보다는 우리가 더 오래전부터 글을 읽고 쓸 줄 안거야."

"아냐. 누구나 다 배워서 아는 거야. 날 때부터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어. 월터도 자기 나름대로 똑똑한 거야. 그 애한테 잘못된 것은 없어. 내 생각으로는 오직 한 종류의 인간만이 있을 뿐이야"  p410

 

「앵무새 죽이기」는 1930년대 미국에서 일어나는 흑인과 백인의 인종간 갈등, 부자들과 빈자들과의 계층 차별 등 민주주의를 표방했으나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미국 사회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 소설이 쓰인 지 50년도 더 지났지만 모든 사람에게 평등한 권리를 부여해 주고, 어느 누구에게도 특권을 주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아마 그렇지 못하다고 대답할 것이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자신이 가진 능력에 따라 사람들에게 권리를 다르게 부여하고 차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도 이 소설은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고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나를 비롯하여 우리는 더 나은 사회를 위해 고민하고 더불어 잘 살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민주주의는 정체하는 것이 아니고 점점 발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소설을 읽고 나니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는 어떻게 발전하게 됐는지 궁금해졌다. 나는 인터넷을 찾아보았다. 현재 우리 사회가 되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있었고 민주주의를 공고하게 하는 과정들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35년간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서 벗어나 강제적으로 외래 민주주의를 받아들였다. 우리나라 정부는 별다른 준비 없이 대통령을 뽑는 보통선거를 시행하게 되었고, 등록 유권자들은 투표를 통해 새로운 민주 국가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국민들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던 이승만 정권은 권위주의 정치를 하였고 이에 대해 시민들은 민주화 운동으로 항쟁하였다. 

 이후에도 박정희 정부 등 계속해서 군부 정치가 이루어졌고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가 우리나라에서 뿌리내리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기초가 점점 단단해졌는데 그 이유는 경제가 발전하면서 늘어난 고학력 중산층들이 시민의 권리와 의무를 자각했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나라 민주주의는 군부 권위주의를 내몰고 승리하게 되었다.

 역사가 증명했듯이 앞으로 우리 사회가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