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소개 ::
헤더 모리스는 어릴 적부터 글쓰기에 남다른 열정이 있었고 뒤늦게 자신의 꿈을 좇기로 결심하고 1996년 오스트레일리아 대학 전문 극작가 과정에 등록했다. 작가는 기회가 될 때마다 극작가 과정 및 세미나, 워크숍에 참여하고 본인이 처음 쓴 대본은 아카데미상 수상작가였던 파멜라 윌리스에게 채택되기도 한다.
2003년 어느 날, 작가는 ‘랄레 소콜로프’라는 이름의 이 노신사를 만난다. 그녀와 랄레는 우정을 나누게 되고 그는 그의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내밀한 홀로코스트의 경험담을 들려준다. 작가는 랄레의 이야기를 소설화하여 『아우슈비츠의 문신가』를 출간한다. 극한의 현실에서 희망을 움켜잡는 용감하고 위대한 휴머니즘에 대한 내용으로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자리하고 있다.
이후 랄레가 수용소에서 위험에 빠졌을 때 구해준 세실리아 클라인이라는 체코슬로바키아 여성이 아우슈비츠 수용소 이후에 겪은 실제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 바로 『실카의 여행』이다. 이 책 역시 영국 아마존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인용글 및 감상 ::
그녀는 살아남을 것이다. 왜 늘 그런 확신이 드는지, 왜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지 알 수 없지만 그녀는 할 수 있다. 바늘이 벽돌만큼이나 무겁게 느껴질지라도 그녀는 또다시 바늘을 들어 올려 끝까지 바느질할 것이다. 그녀는 할 일을 계속해나갈 것이다. 마음속에 타오르는 이 불씨는 그녀를 계속 버티게 하는 힘이지만 동시에 저주이기도 하다. 이 불씨 때문에 눈에 띄고 선발된다. 이 불씨를 억누르고 통제하고 지배해야 한다. 살아남기 위해서. p64
나는 열여섯 살이었어! 내가 선택한 게 아니었어, 그 어떤 것도. 나는 그저 살아남았을 뿐이야. p158
**나는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통해서 홀로코스트의 잔인함, 전쟁의 비극을 알게 되었다. 전시에는 많은 사람들이 인권침해를 경험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여성의 인권침해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지금까지 계속 자행되고 있다. 전쟁이 일어나면 여자들은 전리품에 지나지 않는다. 전쟁의 혼란 속에서 적군 또는 아군에게 강간당하고 물건 취급을 받게 된다. 나는 「실카의 여행」을 통해 전쟁 시 많은 여성들의 인권이 어떻게 유린당하는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실카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거의 유일하게 살아남은 유대인이었다. 그녀는 나치 간부의 눈에 띄어 그의 시중을 들면서 목숨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손으로 같은 민족과 가족을 죽음의 방(가스 처형실)으로 인도하고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을 갖고 평생을 지내야 했다. 소비에트 연방의 굴라크 수용소에서 만난 여자들 중 실카가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은 사실을 아는 이들은 그녀에게 살인자 또는 배신자라고 욕을 했다. 전시 상황에서 강간당하고 몸과 마음이 찢기는 아픔을 겪은 그녀가 죄책감을 갖고 살아야 하는 상황에 나는 화가 났다. 보통 전쟁을 겪은 후 성폭행 피해 여성들은 자신의 고향에서도 배척당하고 숨죽이며 살아야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일제 강점기 때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일본군의 위안부로 많은 여성들이 희생되었다. 일본군은 돈을 벌게 해 주겠다고 가족들을 속여서 소녀들을 데려가기도 하고 납치나 유괴를 하기도 했다. 피해 여성들은 전쟁이 끝난 뒤에도 엄격한 도덕적 잣대로 인해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제대로 된 가정을 꾸리지 못했다. 실카 역시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나치에 몸을 팔고 그들에게 동조했다는 죄목으로 굴라크 수용소로 수감되어 15년이란 시간을 복역해야 했다. 실카는 열여섯 살이었고 아무런 죄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해방되지 못하고 또 다른 수용소로 가야 했다.
왜 그녀의 삶은 언제나 다른 사람들의 죽음을 정면으로 마주하든가 아니면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에 놓이는 것인가? 아무리 노력해도 왜 바꿀 수 없단 말인가? 조시와 엘레나처럼 다른 사람에게 정을 주는 게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그들이 늘 위험에 처하게 되는데. p185
"아니야, 조시. 시트가 바뀌다니 미안해. 정말이에요. 클브디야 아르세니 예브나. 이건 제 거예요. 제가 잘못했어요."
결국 이렇게 될것이었는지도 모른다. 모든 것을 견디면, 그러면 여기서 끝나기는 할까? 아니. 그녀의 일부가 아득히 먼 적막 속으로 다시 가라앉으려 한다.
광기에 굴복하면 안 돼. 살아남을 것이다. 그럴 것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녀는 살아남을 것이다. p193
하지만 이 아기들을 살리기 위해 싸울 생각이다. 태양이 여전히 하늘 높이 떠 있는 어느 날 밤, 실카가 침대에 누워 조시에게 묻는다. "이 일이 내 소명이라고 생각해?"
"무슨 말이야?" 조시가 묻는다.
실카는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기가 힘들다. "내가 엄마가 될 수 없다면, 엄마가 될 다른 사람들을 돕는 일은 할 수 있을까?" p232
**실카는 주위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본인의 힘으로 그들을 구할 수 없어서 무력함을 느꼈다. 결국 그녀는 자신이 저주에 걸려있어서 주변인들이 안전하지 않은 게 아닐까 고민했다. 그럼에도 그녀는 묵묵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수용소에서 목숨을 잃을 동료들을 살리기 위해 몸부림친다. 친한 친구인 조시를 위해서 대신 거짓말을 해서 독방 감옥에 갇히고, 수감자들이 강간당해서 낳은 아기들을 살리기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탁아소 실태를 고발한다. 그녀가 보여준 사랑의 모습은 무조건적이며 고결하기까지 하다.
소설 속에는 《살아남을 것이다》 또는 《살아 남기 위해》 등의 구절이 많이 등장한다. 실카에게 살아남는 일은 책임감이자 과제였다. 수용소에서 살아남는 것은 죽는 것보다 훨씬 큰 용기가 필요하다. 나는 수용소에 있는 사람들이 받는 고통을 매일 지켜보는 것, 추위와 굶주림을 견디는 것, 짐승과 같은 대접을 받는 것 등을 생각했을 때 죽음을 택하는 편이 차라리 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극한의 상황에서도 실카는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녀에게 일어날 수 있는 아주 작은 희망을 놓지 않고 견디고 또 견뎠다. 나는 그녀 자신에게 찾아온 뜻밖의 행운들을 포기하고 친구에게 양보하는 모습을 보며 그녀의 무한한 사랑에 경외심이 들었다.
엘레나가 손을 뻗어 실카의 손을 잡는다.
"너를 처음 본 날 네게는 뭐랄까 강인함, 좀처럼 보기 힘든 자기 이해 능력이 있다고 느꼈어. 그리고 지금, 일부지만 네 얘기를 들으니 참 용감하다는 말밖에는 뭐라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어. 너를 이곳에서 꺼내 줄 순 없지만 최선을 다해 널 지켜주고 네가 안전할 수 있도록 노력할게. 너는 네가 얼마나 대단한 투사인지 보여줬어. 세상에, 어떻게 견뎌낸 거야?"
"실카, 계속 살아남으라는 말 말고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매일 아침 일어나 숨을 쉬어. 너는 이곳에서 커다란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어." p309
어느 날, 병동에 들어서던 실카는 마당 건너편을 바라보다 큰 키에 자신감 넘치는 익숙한 모습의 알렉산드르를 발견한다. 그는 눈을 감고 차가운 공기 사이로 담배 연기를 내뿜고 있다. 실카는 그 모습에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
그녀는 일을 시작한다. 조금 전 본 그의 모습은 마치 식량처럼 며칠 동안 그녀를 버티게 해 준다. p399
**감명 깊었던 부분을 필사하고 보니 실카의 애처로운 인생이 한눈에 들어왔다. 혼자가 되지 않기 위해 실카는 그토록 애썼던 것일까? 그녀는 수용소에서 자신이 겪어야 할 불행들 중 상당 부분을 스스로 자원해서 받았다. 그래서 그녀 주위에서 조금씩 변화가 일어났고 그녀를 아끼는 사람들이 생겼다.
어느 날, 실카에게 한 남자를 사랑하는 마음이 생겨났다. 끔찍한 상황 속에서 그녀는 자신에게 생긴 변화가 당황스러웠다. 그녀는 앞으로 평생 아무도 사랑할 수 없을 줄 알았다. 나는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며칠간의 식량처럼 그녀의 마음을 풍족하게 해주는 그 사람이 왠지 고마웠다. 그녀가 수용소에서 석방된 후 알렉산드르와 기적처럼 기차에서 만나게 되었을 때, 내가 마치 그녀가 된 것처럼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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