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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리버보이<팀 보울러>

「리버보이」 저자: 팀 보울러(tim Bowler)

출처: yes24 (http://www.yes24.com/Product/Goods/63693707)

 

**영국 액세스 지방에서 태어난 팀 보울러는 교사와 번역가로 활동하다가 청소년문학 작가로 데뷔했다. 현재 영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청소년문학 작가 중 한명인 그는 십대들의 꿈, 사랑, 우정, 가족애 등에 대한 내용을 미스터리와 절묘하게 혼합해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재탄생 시키는데 탁월하다. 이 작품은 1997년 영국 카네기 메달을 수상하였다.

 

  • 줄거리

 열다섯 살 ‘제스’와 그녀의 할아버지는 서로를 무척 아끼는 단짝 사이이다. 할아버지는 수영광인 제스를 따라 수영장에 가기도 하고, 그가 그림을 그릴 때엔 종종 제스가 옆에서 이젤을 옮기는 일을 했다. 어느 날, 할아버지의 건강이 나빠지게 되는데, 고집이 센 할아버지는 병원을 가는 대신 원래 하기로 예정되어 있던 가족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휴가지는 할아버지의 고향이었고 그곳에는 신비로운 힘이 있는 강이 있었다. 할아버지는 그곳에서 자신의 유작을 완성시키고 싶어했고 가족들은 최대한 도와주려고 애쓴다. 할아버지는 이전에 그리던 작품들과 달리 ‘리버보이’라는 제목까지 붙이며 그림에 열정을 불사른다. 하지만 그림 속에는 조용히 흐르는 강만 있을 뿐 ‘리버보이’라는 제목이 무색하게 소년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할아버지와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느낀 손녀는 마음 한 켠이 불안하고 슬펐지만 애써 감추며 자신이 좋아하는 수영을 하기 위해 강을 구경한다. 그곳에서 신비로운 소년을 만나고 자신도 모르게 마음을 터놓게 된다. 그리고 그녀는 그 소년이 할아버지 그림 속 ‘리버보이’ 임을 직감한다.

 리버보이는 제스에게 할아버지가 그림을 완성하실 수 있도록 할아버지의 손이 되어 주라는 조언을 해주고, 할아버지의 그림을 완성한 후 강이 시작하는 발원지인 계곡에 나와줄 것을 당부한다. 할아버지를 도와 그림을 완성한 후, 제스는 소년이 말했던 계곡에서 함께 강(river)의 시작과 끝을 바라본다. 소년은 여기서 부터 강의 끝인 바다까지 함께 수영해서 가자고 부탁하는데 제스는 할아버지의 임종을 지켜봐야 한다며 거절을 한다. 하지만 이미 할아버지는 병세가 악화되어 병원으로 이송된 후였고 제스는 뒤늦게 소년을 쫓아서 할아버지가 계신 병원까지 가겠다고 마음먹는다.

  

  • 감상

 ‘리버보이’를 읽는 내내, 나는 마치 한 여름의 숲 속 별장에 머물며 제스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았다. 리듬에 맞춰서 경쾌한 소리를 내며 흐르는 강줄기, 산들바람과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나뭇잎들, 그리고 그곳에 원래 있었던 것 같은 ‘리버보이’까지. 이 미스터리한 인물이 누구일지 상상해보는 재미에 책을 단숨에 읽을 수 있었다. 소설 속 ‘리버보이’는 글을 읽는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리버보이를 제스의 본인 내면에 있던 자아 혹은 할아버지의 어린 시절이 투영된 모습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제스는 인생에서 자신을 시험해 볼만한 큰 도전을 해본 일이 없었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고향에서 만난 ‘리버보이’를 통해 그녀는 강의 발원지에서 멀리 있는 바다까지 온전히 스스로 수영을 했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리버보이’가 그녀에게 강이 시작하는 곳에서 부터 끝나는 곳까지 수영을 하자고 제안했지만, 실은 처음부터 그녀의 마음 속에 이 강을 건너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제스는 숲 속에 도착했을 때부터 강의 풍경에 마음을 빼앗겼고, 할아버지가 말씀해주신 강의 근원지를 혼자 다녀오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많이 위독했을 때에도 리버보이의 제안에 따라 계곡에 찾아갔다. 그 곳에서 리버보이는 그녀에게 인생의 의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삶이 항상 아름다운 건 아냐. 강은 바다로 가는 중에 많은 일을 겪어. 돌부리에 채이고 강한 햇살을 만나 도중에 잠깐 마르기도 하고. 하지만 스스로 멈추는 법은 없어. 어쨌든 계속 흘러 가는거야. 그래야만 하니까. 그리고 바다에 도달하면, 다시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날 준비를 하지. 그들에겐 끝이 시작이야. 난 그 모습을 볼 때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껴.” 
(출처: 리버보이 다산책방 p193)

 

 이 장면이야 말로 이 소설이 우리에게 전해주고 싶은 주제일 것이다. 강이 작은 물줄기에서 바다로 가는 중에 다양한 일을 겪으면서 끝내 바다에 도달하는 모습을 보면, 우리는 한 인간이 태어나고 일생을 보낸 후 언젠가 죽음이라는 바다에 도착하게 되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녀는 강이 생겨난 곳에서 할아버지와의 이별이 꼭 슬픈 것 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다시 삶을 살아갈 이유를 찾게 됐다. 비록 할아버지와 이별할 지라도 그가 남긴 사랑과 추억이 손녀를 통해 계속 이 세상에 남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 열 다섯살인 소녀에게 가족을 잃는 슬픔은 막연한 죽음에 대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큰 상실감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에게 나타난 요정 ‘리버보이’를 통해 그녀는 상실의 슬픔을 가족의 유대감으로 승화 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앞서 언급한대로 책의 곳곳에는 ‘리버보이’가 할아버지의 어린 시절임을 암시하는 내용이 많다. 제스는 할아버지의 고향인 이 곳에서 할아버지가 소년일 때 모습을 하고 수영 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또한 할아버지의 옛 친구인 알프레드에게 할아버지가 어린 시절 이 강을 무척 사랑했고, 언젠가 강의 시작점에서 바다까지 헤엄칠 거라고 말한 것을 전해 듣는다. 나는 할아버지의 소년 시절 모습을 한 영혼이 '리버보이'로 남아 강 주위를 맴돌고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손녀와 함께 그의 어린 시절 염원이었던 강을 종단하는 꿈을 이룰 수 있어서 기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