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설

불편한 편의점 <김호연>

출처:&nbsp; 교보문고

:: 작가 소개 ::

김호연

1974년 서울생으로 고려대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첫 직장인 영화사에서 공동 작업한 시나리오 《이중간첩》이 영화화되며 시나리오 작가가 되었다.

2013년에 《망원동 브라더스》로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그 외에 《연적》(2015),《고스트 라이터즈》(2017), 《파우스터》 (2019) 등을 집필했다.

 

:: 감상 ::

최근에 불편한 편의점 2가 나왔다. 작년에도 인기 있던 소설이라 한번 읽어보고 싶었다. 도서관에서도 인기가 많아 예약을 걸어두고 한참을 기다렸다. 드디어 내 차례! 설레는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이 소설은 동네 모퉁이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70대 염여사와 그녀의 지갑을 주운 노숙자의 인연을 시작으로 에피소드가 전개된다. 알코올성 치매로 과거가 기억나지 않는 노숙자는 커다란 덩치에 말이 어눌하며 행동이 굼뜨다. 여기까지는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노숙자의 모습이다. 그런데 그가 편의점 일을 시작하면서 의외로 일을 잘 해내는 모습 또는 암기하는 능력이 범상치가 않다. 그래서 주위 사람들은 그의 과거가 더욱 궁금해졌다. 나 역시 책을 읽으면서 매우 궁금했으므로 열심히 읽었다. ㅎㅎ

이 책의 주인공인 염여사는 고등학교 역사 교사였다가 정년 퇴임 후 남편이 남긴 유산으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다. 그녀는 돈을 벌려는 욕심보다는 편의점에서 함께 일하는 50대 오여사님, 공무원 준비를 하며 알바를 하는 20대 시현이가 편안하게 일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 그야말로 사람 냄새가 나는 사장님이었다.  

편의점 일을 하면서 노숙자였던 사내는 많은 인간군상들을 만나게 된다. 매일 밤 참참참(참깨라면,참치김밥,참이슬) 세트로 스트레스를 푸는 회사원 경만, 이번에는 기필코 희곡을 집필하겠다는 일념으로 청파동에 입주한 인경, 손대는 일마다 실패하고 편의점까지 팔아서 사업을 하겠다는 염여사의 아들 민식까지..  정말 다양한 인생과 사연이 등장한다. 

그들 나름대로 편의점 야간 알바인 사내에 대해 추측하고, 그를 통해 자신의 인생의 해답을 찾게 되는 이야기가 무척 흥미로웠다. 

** 

모든 것이 달라진 딸과의 관계가 용산에서 강남으로 넘어갈 때쯤이면 그 물리적 거리만큼이나 더 멀어질 거라는 걸 어렴풋이 느끼는 중이었다.
그런 와중에 한우라니, 비싼 집으로 소문난 이곳을 엄마의 생일이라고, 장모의 생일이라고 이렇게 모시다니..
솔직히 감동보다는 부담이 앞서는 게 사실이다. p54

 

 소설 속에는 불편하다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불편한 알바. 불편한 손님. 불편한 편의점 등. 그래서인지 딸에 대해 불편한 마음을 표현한 염여사가 눈에 띄었다. 딸이 해주는 호사스러운 생일상이 거북스럽다. 왜 그런 것일까?

잘 나가는 사위와 딸 대신에 일도 안 풀리고 속만 썩이는 아들이 생각나서일까?  결국 부탁할 것이 있어 값비싼 한우를 사준 딸 내외가 부담스러워서 일까? 

염여사의 이야기에 나는 부모님 생각이 났다. 우리 부모님도 저런 생각이 드실까 싶었다. 자신들 손에서 컸지만 이제는 부모품을 떠나서 멀어진 자식들이 어려울 수도 있겠다.  때로는 어려운 말을 쓰고 아는 체하는 딸자식이 부담스럽고 불편하지 않을까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신기했다.
죽음이 창궐하자 삶이 보였다.
나는 마지막 삶이어도 좋을 그 삶을 찾으러 가야 했다.
p514

 삶의 마지막에 이르면 오히려 용기를 낼 수 있는 것 같다. 자신의 과거를 덤덤히 받아들이고 속죄하러 가는 사내를 보며 이 책을 보는 나, 혹은 우리가 삶에서 어떤 일을 겪더라도 용서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살아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따지고 보면 가족도 인생이란 여정에서 만난 서로의 손님 아닌가? 귀빈이건 불청객이건 손님으로만 대해도 서로 상처 주는 일은 없을 터였다. p535

 

가족을 손님처럼 대하자는 이 말이 가슴에 와닿았다. 우리는 편해지면 상대를 함부로 대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가족 또한 자주 볼 수 있다는 핑계로, 완전한 내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아무렇게나 대해도 된다고 판단한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마음에 상처를 입히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 작가의 표현 기억하자**

자신이 희곡작가로 계속 살 수 있는지를 스스로에게 묻는 그 시간이 가을 단풍과 함께 짙어지고 있었다. p286 
인경은 절박해질 때마다 이 드라마를 상비약처럼 복용하곤 했는데 'Breaking Bad'라는 타이틀이 뜰 때마다 그녀는 '불운을 가르고'라고 혼잣말했다. p305